얼마 전 인터넷에서 '연주 불가능한 악보'라는 제목의 정체 불명의 악보가 올라와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테크닉적으로 어렵다기보다는 동시에 연주가능한 손가락의 수가 모자라서 '연주 불능'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올린 곡 중 기술적으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곡은 무엇일까? 파가니니 카프리스나 비에니아프스키의 연습곡?, 바르토크의 솔로 소나타? 이자이 소나타? 물론 질문 자체가 상당히 무식한 질문이기는 하다. 그것은 마치 장동건이 더 잘생겼냐 정우성이 더 잘생겼냐를 따지는 것과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가장 어려운 바이올린 곡은 무엇이냐는 질문보다는 가장 어려운 수준의 곡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냐고 묻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최고의 테크니션인 바딤 레핀은, 단연 아래 악보에서 보여주고 있는 에른스트의 마왕 변주곡을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곡으로 꼽았다. 이 곡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의 멜로디를 에른스트가 바이올린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물론 바딤 레핀은 이 난곡을 마치 카이저 에튀드 1번 켜듯 넘겨버리긴 하지만. 악보 상으로 볼 때 일단 전반적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웬만한 협주곡보다도 콩나물 대가리의 절대적인 수가 적은 허여멀겋게 보이는 이곡이 뭐가 그리 어렵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악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다. 복잡해보이지는 않지만, 얼핏보기에는 정상적인 바이올린 악보라기보다는 간단한 기타 악보처럼 보인다. 구조적으로 반주와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타와 달리 바이올린은 단선율을 연주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폴리포닉한 연주는 바이올린에서 상당한 테크닉을 요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곡은 더블 스톱도 아닌 트리플 스톱을 혹은 왼손 피치카토를 이용한 반주 효과와 더불어 주선율을 플래절랫으로 연주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왼손 기술과 보잉 테크닉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소음처럼 들리게 되는 것이다. 글쎄, 개인적으로 이곡을 들으면 음악적으로 아름답다거나 깊은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한 대가 아닌 여러 대의 바이올린이 합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 연주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실제 연주를 한 번 보도록 하자.
어떤가 당신의 입은 떡 벌어지고 있는가?




Ernst - Erkonig.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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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olins



 19세기 초 파가니니가 전 유럽을 휩쓸며 음악계를 강타한 이후, 바이올린 음악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파가니니가 기존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바이올린 기교의 한계를 완전히 깨뜨린 이후, 그의 스타일을 흉내내려는 음악적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기원전, 기원후로 구분하듯, 바이올린 음악의 역사는 파가니니 이전과 파가니니 이후로 명백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 스타일이나 테크닉적인 면에서 전혀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기존에는 시도조차 되지 못하던 과감한 음의 도약, 겹음의 빈번한 사용, 음역의 확장, 이중 플래절렛이나 왼손 피치카토 같은 고난도의 테크닉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아들게 되었고, 사라사테나, 비외탕, 비에니아프스키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파가니니적 기교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채를 작품 속에 그려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곡가 중 에른스트(Heinrich Wilhelm Ernst)도 역시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데,  1814년 모라비아 태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에 천재성을 보였으며,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영감을 받아 그의 스타일을 모방하여 그만의 독자적인 작품들을 작곡했으며,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유명한 작품이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이다.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에튀드 형식을 띠고 있지만, 한 곡 한 곡이 하나의 훌륭한 음악적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결정적인 단점은 곡이 무지하게 어렵다는 것인데, 비에니아프스키나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와 견줄 정도로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고난도의 기교로 점철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바로 6번 째 곡으로, '마지막 장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스코틀랜드 지방의 민속 선율인 '마지막 장미'를 주제로 화려한 변주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멜로디는 단순하고 심지어 졸립기까지 한데, 그는 이런 멜로디를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힘든 화려한 바이올린 변주곡을 만들어버렸다.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 - 1번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 - 2번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 - 3번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 - 4번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 - 5번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 - 6번
                                              (마지막 장미 주제에 의한 변주곡)

Ernst - 6 Polyphonic studies.pdf

                                               6개의 폴리포닉 스터디 -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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