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맞은 지도 어언 2달 째로 접어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시점에서 현재 세계에서 누가 가장 바이올린을 잘하냐는 유치한 질문을 한다면 누구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 지금은 전성기를 약간 지난 펄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크레머? 최근 줄리어드에서 교편을 잡은 한국의 자존심 정경화? 아니면 장영주? 완벽한 레핀? 떠오르는 힐러리 한? 샤함? 어차피 질문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답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문을 약간 바꿔서, 현재 이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막심 벤게로프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 막심 벤게로프, 그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다.
 1974년 시베리아에서 출생한 막심 벤게로프는 어렸을 때부터 싹수가 노란 아이였다. 자신의 말에 의하면 말을 배우기도 전에 바이올린부터 손에 잡고 있었고, 코흘리개 유년 시절에도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바이올린을 연습했다고 한다. 타고난 천재성,  무시무시한 노력, 게다가 자카르 브론이라는 명조련사를 만난 그는 완벽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 위한 완벽한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었고, 이러한 완벽한 환경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국제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며 세계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게 만들었다. 1990년 칼플레쉬 콩쿨 우승을 계기로 세계무대 정복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더이상 정복할 곳이 없는, 지구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  
 벤게로프 연주의 특징은 굉장히 개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소리나 음악 스타일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전형적인 고전적 바이올린 주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유의 얕고 빠른 비브라토는 일반적인 연주자들이 구사하는 둥글고 깊이 있는 비브라토와 완전히 성격이 다르고, 연주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과 열정은 다른 연주자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연주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연주를 듣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연주에 빠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하이페츠의 활을 전수 받음으로써 하이페츠의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어 버린 막심 벤게로프. 거침없는 그의 행보를 막을 자는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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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o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