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양분했던 바이올리니스트를 꼽는데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를 빼놓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이페츠는 문자 그대로 기계적인 수준의 '완벽'한 테크닉으로 동시대의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를 좌절시켰고, 이러한 현상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오이스트라흐는 어떤가? 물론 그의 테크닉도 완벽하지만, 그의 음악은 하이페츠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기계적인 서늘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차원이 다르다기보다는 아마 완전히 반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의 테크닉은 테크닉을 위한 테크닉이 아닌 순수한 음악 자체를 위한 테크닉이고 외모에서 풍기는 따스함이 연주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이페츠의 연주가 날이선 칼날이라면 오이스트라의 연주는 따스한 벽난로나고나 할까.
 이런 불세출의 두 명의 대가에 필적할 만한 또다른 거장이 있었으니, 바로 레오니드 코간이다. 역시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와 동시대의 연주자이고, 러시아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이스트라흐보다는 16세나 아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이스트라흐가 동등한 음악적 동료로 대했다고 한다. 하이페츠나 오이스트라흐보다는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순수하게 그의 연주 자체만 놓고 본다면, 하이페츠나 오이스트라흐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느냐 아니냐는 순수한 개인의 음악적 취향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코간의 연주는 오이스트라흐보다는 하이페츠 쪽에 가깝다. 대부분의 러시아 출신의 대가가 그러하듯 그의 음악도 '완벽'한 테크닉으로 중무장해있다. 오이스트라흐의 따뜻한 음색보다는 하이페츠의 차가운 음색에 훨씬 더 가깝다. 하지만, 그러한 차가움 속에서도 오이스트라흐 같은 따스한 열정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를 2:1로 섞어 놓으면 코간의 연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간의 연주 중 대표적인 명연으로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꼽을 수 있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다 미국에 처음 데뷔했을 때 브람스를 연주했다고 하는데, 당시 미국 음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고, 현재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표적인 명연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열정이 느껴지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을 올려본다.

                                              브람스 -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

                                               왁스만 - 카르멘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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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파일 공유가 자유롭지 못해서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디나 테이프를 사서 듣거나 여의치 않으면 라디오 방송이라도 녹음을 해서 듣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실 웬만한 음악은 인터넷 검색이나 p2p 사이트, 혹은 인터넷 음악 감상 사이트 등을 이용하면 거의 못 듣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용돈이 궁했던 관계로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용돈을 모아 테이프나 시디를 힘겹게 고르고 한 번 샀던 것은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능 시험 준비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던 고3 때였던 1997년 7월, 학교 가기 전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막심 벤게로프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 비르투오소 바딤레핀 내한' 이라는 조그마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지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잘나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버린 벤게로프이지만, 당시만 해도 벤게로프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지명도를 얻기 시작한 단계였다. 벤게로프마저 생소하던 시절이었으니 레핀은 오죽했을까. 그래도 짧은 기사였지만 너무 대단하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길래 저녁 때 꼭 실황 연주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 때 라디오를 켜고 녹음 준비를 했다.
 당시 내한연주에서 들려줬던 곡들이 그리그 소나타, 라벨 찌간느 등이었는데, 이제 갓 20대에 접어든 연주자로서는 믿기 힘든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듣는 내내 거의 넋을 잃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꽉 거대한 사운드와 무시무시한 테크닉, 강렬한 비브라토와 보잉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당시 실황 중계를 맡았던 지금은 고인이 된 한상우 씨 역시 연주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고 이런 대단한 연주에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탄식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레핀이 내한한다고 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겠지만, 그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지명도가 거의 없다시피했으니 이해가 갈만도 하다. 어쨌든, 당시 레핀은 연주가 끝나고 나서 이런 상황에 대해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앵콜콕으로 파가니니 변주곡과 바찌니의 소품으로 현란한 기교를 과시하며 몇 안되는 관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아내고야 말았다.
 사실 레핀이 당시 우리나라에서만 지명도가 낮았지, 실제로는 그당시에도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연주자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국제 콩쿨 킬러 양성소 소장이라고도 불리는 자카르 브론 교수 밑에서 벤게로프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바이올린을 배웠고, 이미 유년기에 키신, 벤게로프 등과 함께 냉전새대에 러시아의 음악적 우수성을 서방세계에 마치 과시라도 하듯 러시아 대표 선수처럼 활약을 하고 다녔으며, 17세 때 퀸엘리자베스 콩쿨에서 우승했다는 사실만 하더라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연주자였는지를 알 수 있다. 벤게로프와는 마치 라이벌처럼 흔히 비교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벤게로프에게도 레핀은 마치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였다고 하며, 스승이었던 자카르 브론조차 자신이 꿈꾸던 모든 것은 레핀을 통해실현되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당시에 녹음했던 레핀의 실황 연주는 문자 그대로 테이프가 늘어져 버릴 때까지 들었고,테이프가 늘어져 더이상 들을 수 없을 때에 맞춰 그의 소품 연주가 출시되어 그것을 사서 테이프를 잃어버릴 때까지 들었고, 테이프를 잃어버린 이후에는 그의 연주를 mp3로 다운받아 들었고, 지금은 너무 들어 질려버려서 듣지 않고 있다.
 그가 연주한 비에니아프스키의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꼭 올려볼려고 하였으나 용량 초과로 아쉽게 올리지 못해 대신 그가 10대 초반에 연주한 사라사테를 올려본다. 어린 나이에 녹음한 지라 약간 과장되고 음정이 틀리는 부분도 있지만 연주를 딱 들으면 대략 어느 정도 레벨 의 연주자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라사테 - 지고이네르바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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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뜨 2008.04.02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때 잘 들었던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이 계속 생각나지 않았었는데...갑자기 이름이 떠올라서 검색하다가 들렸습니다.
    '바딤 레핀'..cd가 사라져서(..어딘가에 있겠지만) 떠올릴수가 없었거든요..
    누군가가 일본에서 사다준 cd인데다가 어린시절 바딤레핀의 모습이라..^^ (공식홈피에서 찾아보니 아마도 첫 앨범인듯)
    주말에 다시한번 잘 찾아봐야겠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얼마 전 우예주라는 우리나라의 출신의 소녀가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을 뉴욕에서 완주를 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사실 지금은 수준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 이제는 갓 10대에 접어든 아이들이 기성 연주자 뺨칠 정도로 귀신같이 연주를 하는 것을 보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어쨌건 간에, 이 우예주를 지도한 스승이 맨하탄 음대의 알버트 마르코프 교수인데, 알버트 마르코프 교수의 아들이 알렉산더 마르코프이다.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아들인 역시 이고르 오이스트라흐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듯이,역시 피는 못속이나보다. 아들은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 잘나가는 연주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니 말이다.
 19세 때 파가니니 콩쿨을 석권하고 기교파 연주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 러시아 태생의 연주자도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마르코프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연주는 역시 그의 화려한 테크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파가니니 카프 리스의 라이브 연주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DVD로도 제작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곡이기도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의 파가니니 연주도 좋지만, 비외탕 협주곡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연이라고 생각된다. 비외탕 협주곡은 4번과 5번 외에는 사실 그다지 많이 연주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가 연주한 2번을 듣고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후 가장 즐겨 듣는 곡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파가니니 카프리스와, 눈부신 비외탕 연주를 올려본다.

                                              파가니니 - 카프리스 24번

                                              비외탕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중 3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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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태르.. 2008.02.04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예주 양은 제가 보기에 결정적으로 오른손의 새끼 손가락에 문제가 있어 보이더군요...그러한 보우 그립으로 어떻게 카프리스를 연주해내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마르코프는 그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세계 일급 연주자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인토네이션이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개성이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도 있고,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여하간 참 아쉽습니다.

    • violins 2008.02.05 1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예주 양, 뛰어난 연주자이긴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라 불리기에는 아직 미흡해 보입니다.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보리라 생각합니다.

  2. me too 2008.04.02 15: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violins의 의견에 동의...

  3. 2011.01.31 1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기 두번째 비외탕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중 3악장
    어떤곡인지 제목 다시 자세히 알려주실수있나요? 마르코프 앨범이3장이있는데 이연주있는곡이없네요 ㅠㅠ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