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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몬티 - 차르다시

by violins 2008.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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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처음 상경해서 서울역에 내렸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에 서울역에 내려서 처음 목격한 것은 역사에 널부러져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이었다. 말로만 듣던 IMF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정말 몰랐고,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추운 겨울에 신문지를 깔고 역사에서 새우잠을 모습이 그렇게도 불쌍해 보일 수 없었다.
 그 때 처음으로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를 어렴풋이나마 느꼈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집시들이 옛날에는 아마 저렇게 비참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르다시는 19세기 헝가리의 집시 음악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차르다시가 어떤 음악인가는 듣지 않고서도 대강 짐작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감이 잘 안 온다면 오늘 밤 당장 신문지 한 장을 가지고 서울역 앞에서 잠을 자 보라. 아침에 일어날 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오선지에 옮기면 멋진 차르다시 한 곡이 작곡될 것이다.
 차르다시는 크게 느리고 우수에 찬 라산과, 경쾌하고 열정적인 프리스카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완전히 대비되는 부분이 언뜻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르다시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곡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몬티의 차르다시인데,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차르다시는 거의 이 몬티의 차르다시라고 보면 된다.  몬티는 300여 곡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의 작품 중 현재 연주되고 있는 것은  차르다시가 거의 유일하다. 전형적인 라산과 프리스카의 형식을 따르는 차르다시로, 그가 작곡한 기본 멜로디를 바탕으로 수많은 변형된 형태와 악기로 널리 연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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