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쯤이었을까 , 여느 때처럼 저녁에 듣고 있던 클래식 라디오 방송에서 이제껏 듣지 못했던 강렬할 곡이 내 귀를 사로잡았다. 클래식 곡 같으면서도 자유분방하고, 격식이 있으면서도 격식을 갖추지 않은 듯한...마치 스페인의 플라멩고 같이 정열적인 그 곡. 그 곡은 바로 차르다시였다. 지금이야 그냥 인터넷만 뒤지면 차르다시에 대한 정보가 산더미 같이 쏟아져 나오지만, 당시에는 인터넷에 접속하기가 어렵던 시절이라 이 매혹적인 곡의 정체를 당최 알 수 없었던 암울했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어느날 레코드점에서 여지껏 듣도 보지도 못한 이 뚱뚱이 아저씨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도이치 그라모폰의 노란 딱지를 달고 음반을 떡하니 출시한 것을 보게 되었다. 그냥 신예 연주자이겠거니 하고 지나칠려고 하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곡의 1번 타이틀이었던 차르다시였다. 알고 보니, 로비 라카토쉬는 당시 세계를 주름잡고 있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것이다. 정식으로 클래식 바이올린 코스를 밟은 그는 밥줄로 집시 음악을 연주하기로 작정하였던 모양이다. 테이프를 사서 재생을 하는 순간 집시 특유의 짙은 멜로디가 귀를 파고들었다. 차르다시 뿐만 아니라 이 앨범에는 다양한 종류의 집시 음악과 영화음악이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녹아 있는데, 모짜르트나 베토벤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1번 트랙에서 시작해서 뒷면의 끝트랙까지 한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 현재에는 이 앨범 뿐만 아니라 몇 개의 앨범을 더 출시했는데, 여러 뛰어난 앨범 가운데서도 단연 이 앨범은 집시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최고의 앨범이라 할 수 있고, 현재 활동하는 세르게이 트레파노프나 렌드바이 같은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들과 비교해도 그의 연주는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장기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왼손 피치카토인데, 연주 장면을 실제로 보고 있지 않으면, 마치 기타의 트레몰로를 연주하는 듯한 믿을 수 없는 연주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이 앨범 자켓에 쓰여 있던 멘트가 '귀신이 곡할 왼손 피치카토'였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이 말이 결코 상투적인 광고문구가 아님을 알 수 있고, 이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곡이 아래의 two guitar이다. 분명 바이올린 두 대가 연주하는데, 분명 기타가 연주하는 듯한 말도 안되는 상황..아래에서 한 번 확인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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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o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