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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바딤 레핀(Vadim Repin)

by violins 2008.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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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파일 공유가 자유롭지 못해서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디나 테이프를 사서 듣거나 여의치 않으면 라디오 방송이라도 녹음을 해서 듣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실 웬만한 음악은 인터넷 검색이나 p2p 사이트, 혹은 인터넷 음악 감상 사이트 등을 이용하면 거의 못 듣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용돈이 궁했던 관계로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용돈을 모아 테이프나 시디를 힘겹게 고르고 한 번 샀던 것은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능 시험 준비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던 고3 때였던 1997년 7월, 학교 가기 전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막심 벤게로프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 비르투오소 바딤레핀 내한' 이라는 조그마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지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잘나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버린 벤게로프이지만, 당시만 해도 벤게로프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지명도를 얻기 시작한 단계였다. 벤게로프마저 생소하던 시절이었으니 레핀은 오죽했을까. 그래도 짧은 기사였지만 너무 대단하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길래 저녁 때 꼭 실황 연주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 때 라디오를 켜고 녹음 준비를 했다.
 당시 내한연주에서 들려줬던 곡들이 그리그 소나타, 라벨 찌간느 등이었는데, 이제 갓 20대에 접어든 연주자로서는 믿기 힘든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듣는 내내 거의 넋을 잃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꽉 거대한 사운드와 무시무시한 테크닉, 강렬한 비브라토와 보잉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당시 실황 중계를 맡았던 지금은 고인이 된 한상우 씨 역시 연주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고 이런 대단한 연주에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탄식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레핀이 내한한다고 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겠지만, 그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지명도가 거의 없다시피했으니 이해가 갈만도 하다. 어쨌든, 당시 레핀은 연주가 끝나고 나서 이런 상황에 대해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앵콜콕으로 파가니니 변주곡과 바찌니의 소품으로 현란한 기교를 과시하며 몇 안되는 관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아내고야 말았다.
 사실 레핀이 당시 우리나라에서만 지명도가 낮았지, 실제로는 그당시에도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연주자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국제 콩쿨 킬러 양성소 소장이라고도 불리는 자카르 브론 교수 밑에서 벤게로프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바이올린을 배웠고, 이미 유년기에 키신, 벤게로프 등과 함께 냉전새대에 러시아의 음악적 우수성을 서방세계에 마치 과시라도 하듯 러시아 대표 선수처럼 활약을 하고 다녔으며, 17세 때 퀸엘리자베스 콩쿨에서 우승했다는 사실만 하더라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연주자였는지를 알 수 있다. 벤게로프와는 마치 라이벌처럼 흔히 비교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벤게로프에게도 레핀은 마치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였다고 하며, 스승이었던 자카르 브론조차 자신이 꿈꾸던 모든 것은 레핀을 통해실현되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당시에 녹음했던 레핀의 실황 연주는 문자 그대로 테이프가 늘어져 버릴 때까지 들었고,테이프가 늘어져 더이상 들을 수 없을 때에 맞춰 그의 소품 연주가 출시되어 그것을 사서 테이프를 잃어버릴 때까지 들었고, 테이프를 잃어버린 이후에는 그의 연주를 mp3로 다운받아 들었고, 지금은 너무 들어 질려버려서 듣지 않고 있다.
 그가 연주한 비에니아프스키의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꼭 올려볼려고 하였으나 용량 초과로 아쉽게 올리지 못해 대신 그가 10대 초반에 연주한 사라사테를 올려본다. 어린 나이에 녹음한 지라 약간 과장되고 음정이 틀리는 부분도 있지만 연주를 딱 들으면 대략 어느 정도 레벨 의 연주자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라사테 - 지고이네르바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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