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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백고산

by violins 2008.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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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와중인 1951년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열린 교내 연주회. 머리카락이 검은 한 동양인 연구생의 낯설고도 격정적인 연주가 끝나자 당시 차이콥스키 음악원 교수였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는 직접 그를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그는 북한에서 특별 연구생으로 초청받아 온 바이올리니스트 백고산(1930~1997). 그가 연주한 곡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시작되는 본조(本調)아리랑을 변주한 무반주 ‘아리랑 변주곡’이었다.
사후에도 북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백고산의 독주 앨범(신나라)이 발매됐다. 특히 오이스트라흐를 감동시켰던 무반주 ‘아리랑 변주곡’은 이 음반 첫머리에 실렸다. 나라 잃은 설움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분단과 동족전쟁으로 고통 받는 민족의 슬픔을 처절한 선율에 담은 이 곡은 지금도 백고산만이 제대로 연주해낼 수 있다는 평을 듣는 그의 대표작이다.
 백고산은 오이스트라흐의 제자로서 꾸준히 실력을 키워 195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했으며, 1978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바이올린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종신 심사위원을 지냈다. 평양음악무용대학 등에 재직하며 북한은 물론 중국, 몽골 등에서 온 유학생들을 길러냈다.
 본격적인 작곡가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백고산은 서양 악기인 바이올린을 이용해 민족적 선율이 담긴 곡을 창작해 연주하는 것도 즐겼다. ‘아리랑 변주곡’ 외에 민요를 바탕으로 한 ‘민요를 주제로 한 소품’이 그것. 이번 음반에는 이 밖에 ‘고향길’ ‘환희’ ‘용광로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등 창작곡이 수록됐고 그의 친필이 담긴 악보사진도 음반 표지에 실렸다. 이 음반은 일본 신세계 레코드사에서 ‘오픈 릴’(오디오 테이프가 밖으로 노출돼 감겨진 릴) 형태로 보유하고 있던 북한의 음악 중 백고산의 연주 음원만을 재정리해서 만든 것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척박한 음악적 환경에서 백고산과 같이 뛰어난 연주자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백고산의 음악적 스타일이 스승인 오이스트라흐와 너무나 닮아 있다는 점이다. 비브라토의 특징이나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 정말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조슈아벨의 사운드가 스승인 긴골드와 너무 닮아 있는 것처럼.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로 다른 사람의 소리를 흉내내거나 비슷하게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백고산이 작곡한 우리 나라 민요를 테마로 한 변주곡은 꼭 이자이의 소나타를 듣는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이다.


티커스텀 수제 바이... 토마스틱 인펠드 도... 리벤젤러 골드 송진... 미텐바흐 바이올린 ... [쿤현악기어깨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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